“시각장애인에게 비추는 환한 세상”… 점자책부터 AI 음성 서비스까지 ‘벽’ 허무는 기업들
- 11월 4일은 ‘한글 점자의 날’, 첫 한글 점자 훈맹정음 기념하며 점자 사용 권리 신장·관심 제고 위해 제정
-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약 25만 명… 시각장애인 10명 중 9명은 점자 사용 어려워
- 한국후지필름BI, 도서출판점자에 컬러 인쇄기 공급… 점자 도서·인쇄물 등 배리어 프리 제품 제작 도움
November 4, 2024– 11월 4일은 ‘한글 점자의 날’이다. 올해로 98돌을 맞이한 한글 점자의 날은 일제강점기였던 1926년에 송암 박두성 선생이 우리나라 첫 한글 점자 ‘훈맹정음’을 창안해 발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에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 매년 한글 점자의 날을 맞이해 시각장애인의 점자 사용 권리를 강화하고, 점자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등록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등록장애인은 전체 인구의 5.1%인 약 264만 명이며, 이 중 시각장애인은 약 25만 명에 이른다. 또 2022년 대한의사협회지의 ‘국내 시각장애와 저시력 현황’을 살펴본 결과, 시각장애의 발생 원인은 ▲질환 및 사고 등 후천적 원인 89.4%, ▲원인불명 5.2%, ▲선천적 원인 4.8%, ▲출생 시 원인 0.6%로, 후천적 원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개 장애 유형 중 시각장애는 지체장애, 청각장애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시각장애인의 ‘눈’ 역할을 하는 점자는 여전히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21년 점자 출판물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점자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은 9.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각장애인 10명 중 9명이 점자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시각장애인이 세상과 실질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과 서비스의 필요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에 점자 인쇄물 제작을 비롯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음성 리딩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각장애인에게 환한 빛을 선사하는 IT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 도서출판점자에 컬러 인쇄기 공급한 ‘한국후지필름BI’... 고품질 점자 도서 및 인쇄물 제작 도움을
한국후지필름비즈니스이노베이션(대표 하토가이 준, 이하 한국후지필름BI)은 사회적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인프라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점자 전문 출판·인쇄 기업인 도서출판점자(대표 김동복)와 협력해, 자사의 컬러 디지털 인쇄기 ‘레보리아 프레스 PC1120(Revoria Press™ PC1120)’와 특수 토너 ‘클리어 토너’를 활용한 고품질 점자 도서와 점자 인쇄물을 제작하고 있다.
도서출판점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의 역할을 하기 위해 함께 사용하는 배리어 프리 제품을 제작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점자도서, 큰글자도서, 점·묵자 혼용도서, 점자라벨도서 등 다양한 도서는 물론 점자지도, 점자명함, 점자달력, 점자간행물 등 각종 특수 점자인쇄물까지 접근해 시각장애인들이 실감하는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첫 출시된 한국후지필름BI의 ‘레보리아 프레스 PC1120’은 2022년에 도서출판점자에 공급되었으며, ▲고해상도 출력 품질 ▲확장된 용지 수용성 ▲다양한 후가공 옵션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하이엔드 디지털 인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제품이다. 기본 CMYK 컬러 외에도 클리어, 골드, 실버, 화이트, 핑크 등 특수 토너 중 두 가지 색상을 추가할 수 있는 ‘원패스(One-Pass) 6컬러 프린트 엔진’을 탑재해 풍부한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 점자 도서나 점자 인쇄물 제작 시 클리어 토너를 입힌 뒤 자외선으로 UV 잉크를 굳히면, 점자를 더욱 선명하게 인쇄할 수 있다.
한국후지필름BI의 하토가이 준 대표는 “도서출판 점자와의 협력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알 권리, 읽을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후지필름BI의 차별화된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외 계층에게 새로운 비전인 ‘고객행복경험(CHX)’전을 실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도서출판점자 김동복 대표는 “선천적·후천적으로 불가피하게 시각장애를 겪는 분들을 세상과 이어주기 위해 한국후지필름BI과 함께 양질의 점자 출판물들을 제작하고 있다”며 “꾸준히 파트너쉽을 유지하며 진정성 있는 베리어 프리 제품은 물론, 도서출판점자가 추구하는 상생의 가치를 지속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 토스뱅크,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점자 옵션 추가… 시각장애인 금융 접근성 확대 노력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토스뱅크가 체크카드에 점자 옵션을 도입했다. 기존 토스뱅크 체크카드에 새로운 컬러인 ‘화이트블랙’을 선보이면서, 체크카드 뒷면에 ‘토스뱅크’를 나타내는 점자 옵션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에 시각장애인 고객들이 더욱 편리하고 독립적으로 인터넷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토스뱅크는 출범 이후 꾸준히 시각장애인의 금융 접근성 확대에 기여해왔다. 토스뱅크 체크카드는 출시 초기부터 카드 하단에 ‘V’자 홈을 새겨 카드 삽입 방향을 촉감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보이스오버 서비스를 통해 숫자와 이미지를 음성으로 읽어주면서 상품 설명이나 이벤트 정보를 이해를 돕는 등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은행의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스뱅크는 앞으로도 누구나 편리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포용금융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 투아트(TUAT), AI 기반 주변 환경과 물체를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서비스 운영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시각장애인에게 닥친 장벽을 허물고 있는 기업도 있다. 투아트(TUAT)는 인공지능 기반 시각보조 음성안내 서비스 ‘설리번 시리즈’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8년 ‘설리번플러스’를 시작으로 문서 특화 앱인 설리번에이(A), 이후 최근 최신 버전인 ‘설리번파인더’를 출시하며 서비스를 확장해 왔다.
설리번파인더는 시각장애인이 주변 환경과 물체를 더욱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앱이다. 앱을 활성화하면, 이동 중 음성 안내를 통해 횡단보도, 보도블록, 장애물 등 지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주변 간판도 안내해 준다. 또 쇼핑 시에는 제품 정보를 제공하고, 음식점에서는 메뉴판을 대신 읽어주는 기능을 통해 쇼핑과 외식의 불편함을 해소해 준다. 특히 설리번파인더에는 10억장의 이미지와 상세묘사를 학습한 SKT의 멀티모달 AI가 적용돼 더욱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편 투아트는 202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진행한 ‘GSMA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이하 GLOMO)’를 수상한데 이어 2023년에는 스마트 문서인식 서비스 설리번A로 CES 혁신상을 받았다. 아울러 올해 2월 MWC에선 일상생활 카테고리 기능을 추가한 ‘설리번파인더’로 또다시 GLOMO를 수상했다.